생각 털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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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독서

170916 나의라임오렌지나무

싱싱하 2017. 10. 15. 21:30

0. 원래는 김리뷰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결국 원래 좋아하고 자주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서평에 들고 가게 되었습니다.



1. 책소개(알라딘퍼옴)

꼬마 악동 제제의 악의없는 장난기와 순수한 영혼, 아이를 상처입히는 가혹한 세상 이야기는, 여전히 독자들의 감정선과 눈물샘을 자극한다.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얼개를 유지하면서, 한 아이가 환상과 꿈의 세계라는 껍질을 깨고 고통 가득한 현실로 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제제는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던 친구 뽀르뚜가 아저씨의 죽음을 통해, 지독한 통과의례를 경험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라임오렌지나무가 처음 꽃을 피우던 날, 제제는 자신의 유년시절에 이별을 고한다.


2.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하는 이별, 혹은 관계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에 있다는 느낌이에요. 다섯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해 똑똑하고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한 친구인데, 큰 고비를 견디며 일찌감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무척 마음 아프게 그려지는 소설입니다. 장난기 넘치지만 그걸 받아줄 여력이 없고, 외로워서 자신의 상상력으로 아픈 성장통을 견디는 친구에요.
어린 친구들이 읽었을 때보다 성인이 읽었을때 더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로, 도무지 우리나라 청소년 권장도서 설정에 의문을 느껴봅니다. 오히려 성인이 되었을때 더 자주 읽게 된 책으로 문장의 표현표현이 예쁘고, 혹시나 본인 마음 마음속에 상처받은 아이가 하나 있다면 그 아이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소설입니다. 

3. 중요키워드
3.1 가난
제제는 가난한 집의 아이입니다. 위로도 형, 누나들이 있고 아래도 동생이 있죠. 아버지는 실직자고, 어머니는 공장에 나가 힘겹게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형들과 누나들도 각자 밖에서 혹은 집안일을 도우며, 나이와 관계없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죠.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래야 실망도 안하거든. 아기 예수도 사람들이나 신부님이나 교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야." -68o.-

모두가 즐거워야할 성탄절, 일찌감치 가난에 더이상 바라지 않는 아이들, 이 와중에 제제는 또또가 형한테 아버지가 가난해서 싫다고 말하게 되고, 그 얘기를 예기치 못하게 아버지가 듣게 됩니다. 하지만 아빠는 제제를 혼내지 않죠. 하지만 혼내지 않더라도 아이는 알아챕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는지.

그래서 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드리기 위해 형의 구두닦이통을 들고 나가 구두닦이를 하죠. 반은 동냥으로 반은 일해서 얻은 돈으로 아버지를 위한 비싼 담배를 삽니다. 그리고 결국 사과를 하며 울음을 터트리죠. 아버지는 조용히 제제를 다시 받아줍니다. 그 담배를 받아든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땠을까요? 읽으면 읽을 수록 등장문들에게 겹겹히 감정이입을 하게 만듭니다. 

"울지마라 얘야.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일생 동안 울어야 할 일이 한이 없겠다." p.88

가난과 성탄과 한 가족의 일화, 여기에는 가난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아이가 이상하지 않은 아동빈민과 가족이 붕괴되는 현실도 그려지고 뭐 그렇습니다..ㅠ_ㅠ

하지만 가난하다고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고 베풉니다. 이러니 제제를 어찌 안예뻐할 수 있겠어요. 학교에 간 제제는 집에서 혼자 방치되다가 선생님, 친구들과 만나는 다른 생활을 하면서 장난을 한꺼풀 접어둡니다. 선생님 책상 화병에만 꽃이 없는게 신경쓰여 남의 집 정원에서 꽃을 꺾다가 발각되게 되죠. 선생님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으면서 나온 대사인데

"선생님께서 가끔 저 대신 그 애한테도 돈을 주셨으면 좋았는데. 그 애 엄마는 남의 집 빨래를 하세요. 애들이 열한명이나 된대요. 게다가 모두 아직 어리구요. 우리 진지냐 할머니께서도 토요일마다 그 애 집에 쌀과 콩을 갖다 주시며 돕고 계세요. 저도 엄마가 작은 것이라도 더 가난한 사람과 나눠야 한다고 하셔서 제 생크림 빵을 나눠먹은 거에요." p-117


이 와중에도 친구 생각하는 우리 제제 못잃어 ㅠ_ㅠ


3.2. 마음

제제는 심하게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아이에게 더 적절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했다면 훨씬 유쾌한 아이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책에서 나온 일화는 실제로도 엄청 심한 장난을 ㅠ_ㅠ) 


아무튼 마음과 관련된 대사도 여럿 있는데요


"내가 설명해주마 제제. 그게 뭔지 아니? 네가 자라고 있는 증거란다. 커가면서 네가 속으로 말하고 보는 것들을 '생각'이라고 해. 생각이 생겼다는 것은 너도 이제 곧 내가 말했던 그 나이..."

"철드는 나이 말인가요?"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땐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생각이 자라고 커서 우리 머리와 마음을 모두 돌보게 돼. 생각은 우리 눈과 인생의 모든 것에 깃들게 돼." -p.100-


제제가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전에 자기 마음 속에 있던 작은 새(생각)을 날려보내는 장면이에요.

평소 제제에게 이것저것 단어나 이런걸 알려주던 아저씨가 잘 설명해준 것 같아요. 



"걱정마세요 죽여버릴거니까요."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네 아빠를 죽이겠다고?"

"예 죽일거에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건 아니에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 거에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p.232-



뜻도 모르고 썼던 욕설과, 상스러운 노래로 인해 가족들에게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매질을 당하는 제제 ㅠ_ㅠ 그 이후 뽀르뚜가 아저씨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아픈 장면이었어요. 아이가 사랑하기를 그만둔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대와 애정을 갈구했을지 생각해보면, 얼마나 슬픈 표현인지. 내 마음 속에서도 저렇게 죽어간 사람은 도대체 몇명인가, 생각해보게도 되구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조숙한 제제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마음,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대사가 많아서 볼때마다 새롭게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간직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p.270


자신의 친구인 밍기뉴(라임오렌지나무)가 길이 뚫리면서 잘려질 것이라는 형의 말과 뽀르뚜가 아저씨의 불의의 사고 소식으로 제제는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앓아눕게 됩니다. 

지독히도 앓았던 마음의 열병을 견디고 일어난 제제는 더이상 예전의 제제가 아닙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도 없구요.


나중에 48살의 제제는 유년시절 자신의 마음 속 큰 덩어리였던 밍기뉴와 뽀르두가 아저씨를 떠올리며 물어봅니다.


그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p.294




4. 그 외에도

뽀르뚜가랑 밍기뉴 얘기만 해도 한나절인데, 그 얘기는 다음번에 또 다시 이 책을 읽어오면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쓰려면 밤샐듯 ㅠ_ㅠ

하지만 저는 제 인생책 꼽으라면 항상 들어가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


저는 이번에 읽을때는 제제를 둘러싼 가난과 아이가 묘사한 마음과 성장통에 자꾸만 시선이 가서 그 위주로 정리해보았고 여전히 읽으면 눈물 펑펑 ㅠ_ㅠ 이미 지나온 유년시절은 어쩔 수 없지만, 한 명의 아이라도 철이 덜 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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