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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9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본문

기록/독서

170909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싱싱하 2017. 10. 14. 13:00

0. 오늘은 시집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되게 산문같은 시로, 아마 시집의 제목은 이름은 여러번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심란할때 적어두면 좋은 문구들이 있어서ㅋㅋㅋ 심란할때 읽어보는 편입니다

(최근 마리몬드 커버지 한정판이 나왔는데 지르고 싶으나 과소비해서 참는중 ㅠ_ㅠ)

 

의외로 시인과 나이차이가 별로 안난다는 점 (83년생이던가) 이 놀라운 점이었습니다.

 

 

 

1. 좋아하는 시

 

관음(觀音)
? 청파동 3

나는 걸어가기엔 멀고
무얼 타기엔 애매한 길을
누구보다 많이 갖고 있다

청파동의 밤길은 혼자 밝았다가
혼자 어두워지는 너의 얼굴이다

일제 코끼리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먹는 반지하 집, 블라우스를 털어 널고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시키고 TV의 음량 버튼을 나무젓가락으로 꾹꾹 누르고 무를 집어먹고 엄마 체르니 삼십 번부터는 회비가 오른대 고장 난 흰건반 대신 반음 올려 검은건반을 치며 목이 하얀 네가 말했습니다 그 방 창문 옆에서 음지식물처럼 숨죽이고 있던 내 걸음을 길과 나의 접(接) 같은 것이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덕분에 너의 음악을 받아 적은 내 일기들은 작은 창의 불빛으로도 잘 자랐지만 사실 그때부터 나의 사랑은 죄였습니다

-> 저는 대부분의 삶을? 한 동네서 나고 자랐지만, 그 외에도 마음이 편한 동네를 꼽자면 어릴적 살던 방배동이랑 대학교를 다녔던 청파동을 꼽을 수 있는데요 ㅋ_ㅋ 

청파동에 대한 시가 연작 시리즈로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입니다.

"혼자 밝았다가 혼자 어두워지는 너의 얼굴이다." 여기서 오는 묘한 공감대? 개인적으로는 청파동 시리즈가 대개 맘에 들었어요 ㅋㅋㅋ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자들이 손목
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
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
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문장이 맘에 들어요 내가 당신으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덧붙이면 남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자들이 손목을 잡고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이런 표현도? @_@
전체적으로 산문같지만 소리내서 읽다보면 그 독특한 운율이 뭔가 와닿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가을도 다가오는데 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만 총총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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