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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8 한국이 싫어서

싱싱하 2017. 5. 9. 00:30

0.

오늘 어쩌다보니 싫은 날중에 하나라 싫은 얘기로 하나 씁니다

전에 아는 언니가 말씀해주셨던 소설 '댓글부대'와 같은 작가인 장강명 씨의 소설인데요 2015년에 나온 책입니다

제 기준 굉장히 '현대'적인 시간 감각을 갖고 있는 소설이었고, 

시니컬하지만 우리가 생각해볼만한 얘기가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원래 이케아 디자인 관련된 책을 먼저 읽고 다음에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부산 올라오는 KTX에서 순식간에 다읽었어요 ㅋㅋㅋ 제기준 꽤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당 두껍지도 않고 강추

작가가 현실 반영을 위해 꽤 열심히 심층취재한 것 같은 느낌이 나요, 왜냐면 호주 이민을 떠난 한 2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인데 제가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 장단점들, 공감가는 사항이 책에 되게 솔직하게 드러나있거든요



1. 출판사 서평 중 줄거리 부분 (출처: YES 24)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글로벌 세대’의 글로벌 행복론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계나는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근무하던 중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사표를 제출한다. 말리는 가족과 눈물로 호소하는 남자 친구, ‘외국병’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난 계나는 국수 가게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학원을 다닌다. 크고 작은 위기들을 극복하며 어학원을 수료한 뒤 회계학 대학원에 입학해 안정을 찾아 가던 계나는 남자 친구였던 지명으로부터 청혼에 가까운 고백을 받는다. 두 달 동안의 방학을 그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게 된 계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은 남자 친구와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아파트까지, 많은 것이 갖추어진 생활을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시 호주행을 선택하는데……. 첫 번째 출국이 한국이 싫어서 떠난 도피의 길이었다면 두 번째 출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의 길. 계나는 점차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다.



저는 여기 주인공에 부여된 설정값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봤어요!

왜냐면 계나라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공부도 적당히 했고 적당히 취업했고 그냥 평범한 여자 사람인데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중략)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에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p. 44-


이렇게 말하거든요. 저거 투덜거리는거 마치 제 생각 읊는 줄... ㅋㅋㅋㅋ....

솔직히 말하면 주인공도 서울에 잇는 특정 대학 나왔는데, 그 대학이 딱히 공부 못해서 가는 곳도 아니고 (수능성적으로 치면 그래도 상위 한자리수 퍼센테이지인데) 그냥저냥 공부하는 그냥저냥 취업한 그냥저냥 살아가는 친구에요 

차이라면 좀 더 실행력과 결단력이 뛰어난 친구라는 점?


강남에 살고 집안이 잘 살고 방송기자 준비하는 남자친구에게 "나는 2등시민이야 남자인 너는 이해 못해" 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는데, 저도 공감해요 


그래서인지 제 대학 친구들 가운데도 아예 외국으로 이민간 친구들이 있어요. 취업, 결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민을 갔거나 이민하기 위한 목적으로 떠났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도 여럿 갔죠. 

지난번 국가란 무엇인가 서평이 국가의 '체제'와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줬다면 이 소설은 '현실'을 바탕으로 '내 마음가짐'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주었습니당




2. 인상 깊었던 대사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p.10

-> 어른들이 들으면 천인공노할 소리지만, 요새 젊은 세대들에게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상이죠 망할 헬조선 이러면서

항상 더 가난하고 나라가 혼란스런 정국의 국가에서 태어나지 않은걸 감사하게 여기라고들 하시는데 뭐 굳이... 그걸 또 감사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우리 부모님이 한국에서 사셨으니 나는 여기에 태어나게 된 그냥 당위론적 결과인데 굳이 감사할 필요까지야 이러면서..?



한국에서 회사 다닐때는 매일 울면서 다녔어. 회사 일보다는 출퇴근 때문에. 그렇게 2호선을 탈 때마다 생각하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하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도 생각해. 너희들은 무슨 죄를 지었니? 여자들더러 아이 많이 나으라는 사람들은 출근시간에 지하철 2호선 한번 타 봐야 해. 신도림에서 사당까지 몇 번 다녀보면 그놈의 저출산 이야기가 아주 쏙 들어갈텐데. 그런데 그런 소리 하는 인간들은 지하철 타고 다니지 않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프로 통학러에서 프로 장거리 통근러로 진화한 다음에도ㅋㅋㅋㅋㅋ 농담아니고 저출산이고 나발이고 떠드는 사람들을 출퇴근시간 전철이랑 만원버스에 태워야해여 ㅋㅋㅋㅋ 임산부 복지가 문제가 아니고 아주 비인간적인 환경이죠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치는 그 만원전철은 ^^... 아주 인격을 말살시키는 행위ㅋㅋㅋㅋ 출퇴근 길어지면 그만큼 성격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  자취하면 되지,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노이해...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그걸 몰라서 출퇴근 하는거 아니잖아요ㅠ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 온통 혼란스러웠달까. 아니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중고생과 다름없었던 거 같아. p.21

-> 이건 요새 제가 느끼는 직장인 슬럼프, 물론 좀 더 큰 회사에서 좀 더 작은 회사로 옮기면서 제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동시에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수동적인 삶을 사는건 비슷한 거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ㅋㅋ..ㅠㅠㅠㅠ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p. 170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p.171

-> 이후에 책에서도 나오는데, 우리나라 애국가는 참 국가주의?적이죠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가 만세여야 하고 대한사람이니 <국가>를 <길이 보전>해야 하니까요.

내가 영광이 될 수 없다면 숨겨야 하는 흠집일 수도 있겠죠? 결코 우리나라는 나를 평등한 사랑으로 대해 주지 않는 것 같아요. 눈에 안보이는 재단같은게 있죠 ㅠㅠ 너도 노력해서 사랑받으면 되지 않겠느냐, 라고 물을 수 있지만 글쎄요 과욕부리지 않는 최소한의 사랑조차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너무 금방 지치지 않을까요... 최근 한국에서 번아웃 증후군이 화두 되는거랑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요



책의 시각이 되게 냉소적이죠. ㅋㅋㅋ 저도 냉소적인 편인데 이 책의 주인공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계나는 냉소적이지만 진취적인 성향이에요. 불편을 토로하지만 감각적이고 영리한 편이구요~ 제가 볼땐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이민이라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선택을 해서라도 본인의 행복을 찾겠다는 것, 어지간한 용기로는 힘들다는거 모두가 알잖아요?



3. 익숙한 불행과 낯선 행복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가


주인공을 비난 혹은 부러워하면서도 한국을 떠나지 않는 '익숙한 불행'에 젖어있는 주인공의 친구들은

안정성과 앞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주는 만족감이 커서, 그냥 헬조선이니 시댁이니 욕만 하지 행동으로 옮기진 않습니다.

저도 약간 이쪽에 가까운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요새 낯선 행복도 좀 궁금해 지고 있어요 ㅋㅋㅋㅋ 저도 멸종될 거 같거든요 ㅠ


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할때마다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에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 진짜 엄청 많은데

내가 불행하니 너도 같이 불행해져봐 이런 식으로, 시비터는 분들 그런 분들이 덜한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것 같아요


날씨가 그냥 사시사철 따듯하고 돈을 많이 벌진 못해도 여유있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과

서핑할 수 있는 푸른 바다가 있는 곳... 지나가다 이웃과 가볍게 인사라도 하고 남과 비교를 '덜' 해도 괜찮은 곳

그런 유토피아 같은 곳을 찾는데 ㅋㅋㅋ 적고나서 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호주 골든코스트 가야하나 싶기도 하고


주인공이 친구를 바라보면서 하는 말들이 저한테 던지는 메시지 같아서 찔렸네요 ㅋㅋㅋ


"걔들이 원하는건 내가 '와 무슨 그런 쳐죽일 년이 다 있대? 회사 진짜 거지같다, 한국 왜 이렇게 후지나."라며 공감해 주는거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근본적인 해결책은 힘이 들고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니까


이래서 로또 당첨이 답인가봐요  


다음엔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삶을 그린 소설도 읽어볼까봐요 좀 그럼 마음이 중화될듯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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