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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털어내기
200418 봄에 나는 없었다 본문
0.
요새 도서관에 못 가서 책 고르기가 아주 힘든 날들입니다. 수원시 전자책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는데, 제목을 보고 골랐더니 추리소설의 여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워스트 매콧이라는 다른 필명으로 출간했던 소설로, 출판사에서는 50년이 지난 후에야 사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라고 밝혔고, 현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특별판으로 나와 있습니다. 필명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해서였고, 6편을 발표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제목이 눈에 띄어서 고른 건데 잘 골랐다 싶었습니다.
1.
줄거리는 사실 굉장히 간단한데, 법률가인 자상한 남편, 3명의 아이들과 함께 우아하고 교양있게, 그리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조앤 스쿠다모어가 바그다드에 사는 막내딸을 만나러 갔다가 영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차가 지연되면서 외진 곳에 고립되게 됩니다. 그 속에서 자기 내면과 이전에 있던 일들을 들여다보는 내용인데요. 굉장히 단순한 서사지만 한 중년 여성이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과정과, 거기서 직면하는 진실, 그리고 자기기만을 통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한 사람의 독백만으로 그려내는데, 뭐랄까 한 사람의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의 결이 다른 괴리감을 알게 되는 과정인데, 결국 죠앤은 자신의 본모습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는 모든걸 갖추고 좋은 사람인 것 같이 살아왔지만 사실 남편과의 관계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부인하지만 자기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인정하죠. 근데 마지막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자 원래대로... 그렇게 눈 가리고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삶으로 되돌아갑니다.
마지막 후반부에에 한 독백이나
'정말 흥미롭다..자신을 만나다니.. 자신을 만나다.. 맙소사. 그녀는 두려웠다.. 소름 끼치도록 두려웠다'
마지막 장면에서 변하지 않은 죠앤을 보고 남편이 한 말도 인상 깊어요(제 기준에선 솔직하지 못한 남편도 나쁜 사람임)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죽 그럴 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2.
죠앤은 완전체처럼, 타인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고 본인의 기준에서 세상을 정의 내립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착각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게 일부러 불행한 현실을 인식하라는 것도 저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지고, 비록 주인공에게 연민이 느껴지긴 하지만 가짜 행복도 행복이라면 굳이 그 행복을 깨트리는 어려운 선택을 개인이 인위적으로 할 필요가 이 있을까 싶어요 (제 주위의 완전체들이나 직장의 또라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막상 생각해보면 저도 제 내면을 어떤 특별한 계기 없이 들여다보진 않아요. 사실 이미 사랑이 끝나버린 관계를 나의 외로움이나 괴로움을 피하려고 억지로 애쓰며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행복의 가면을 쓰고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뭐 그런 뻗어나가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3. 이 책은 스토리보다 개인의 심리묘사가 재밌는 책이에요. 단 애거서 크리스티에게서 기대되는 추리물은 아니니 인간의 세밀한 심리묘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4. 이건 메인 메시지까진 아닌데 요새 불륜 드라마나 기사들을 많이 봐서, 책 중에서 인상 깊은 구절 가져왔습니다
그 죠앤의 첫째딸이 본인보다 20살 이상의 사회적으로 저명한 의사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의사는 병약한 아내가 있는 유부남입니다. 하지만 첫째 딸은 또 불같은 사랑이라며, 그도 자기를 원한다고 뭐 흔한 불륜녀의 대사를 늘어놓습니다. (여기서 첫째들이 머리도 좋고 나름 냉철한 성격으로 나오는데도 불륜은 뭐가 눈에 씌어서 하는 건가 봐요)
여기서 죠앤의 남편인 로드니가 본인의 딸을 설득시키기 위한 대화입니다. 그에게 아내가 이미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그 남자에 대해 지적을 을 하는 부분인데 요새같이 사랑의 작대기가 파탄난! 시대에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맺는 계약이지. 두 사람은 온전한 능력을 갖춘 성인이어야 해. 또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결혼은 동반자 간의 계약 같은 거고. 두 배우자가 그 계약의 조항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곁을 지키겠다고.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나쁜 일이 있을 때나. 교회에서 말로 약속하고 사제가 승인과 축도를 하지만 그럼에도 그건 계약이야. 신앙심이 깊은 두 사람이 맺는, 여느 합의처럼 계약이라고. 일부 의무 조항들은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책임을 맡은 두 사람에게는 구속력이 있지. 난 네가 이에 대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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