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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털어내기
170701 밤의 여행자들 본문
0.
믿고 보는 민음사의 오늘 젊은 작가 책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82년생 김지영>, <한국이 싫어서>는 소설을 시작으로 읽게된 민음사 시리즈인데, 당분간 이 시리즈들을 자주 읽을 것 같아요
소설책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현대 소설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오늘의 젊은 작가 책 시리즈를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당 ㅋㅋㅋ
개인적으로 소설의 의미는 허구의 세계가 현실의 뼈를 바탕으로 환상의 살을 덧붙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환상의 살을 잘 발라내면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뼈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요새 특정 목표를 가지고 책읽는 것은 지양하고 오락으로서의 책읽기와 책 선정을 했었는데
올해안에 이 시리즈를 다 읽어보는걸 목표로 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젊은 작가들의 시선이 독특하고 재밌어요
1. 줄거리 (교보문고 퍼옴)
재난과 여행의 결합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정글’의 10년차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 잘나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위기가 닥쳐온다. 상사인 ‘김조광’ 팀장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를 노골적으로 성추행한 것. 그러나 성추행 자체보다 더 문제적인 것이 있다. ‘김’이란 인간은 여태껏 자리가 위태로운 사람들만 골라 성추행을 일삼아 왔기에 그것은 일종의 옐로카드와 마찬가지인 셈이다. 퇴출 위협을 느끼는 요나. 그렇다고 계속되는 김의 성추행을 참아 주고 있을 수만도 없다. 모 아니면 도다. 요나는 결국 사표를 제출한다. 뜻밖에도 김은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요나에게 한 달간의 휴가를 제안한다. 다섯 개의 퇴출 후보 여행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소비자 입장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장으로 처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요나는 사막의 싱크홀 ‘무이’로 떠난다. 5박 6일 일정으로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무이를 여행하면서 그녀는 그곳이 왜 퇴출 후보지인지 절감한다. 그런데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요나는 일행에서 낙오되고 만다. 열차의 앞뒤가 분리되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순간에 2번 객차의 화장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자리인 7번 객차로 돌아가기 위해 5번 객차의 끝 문을 열었을 때, 요나 앞에 펼쳐진 것은 긴 꼬리처럼 따라붙고 있는 빈 철로뿐이었다. 짐도 일행도 저편으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요나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묵었던 리조트 ‘벨에포크’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요나는 뜻하지 않게 엄청난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된다. 요나가 정글의 직원임을 알게 된 벨에포크의 매니저는 퇴출 위기에 놓인 무이를 되살리기 위한 인공 재난 시나리오에 그녀가 동참해 줄 것을 제안한다. 디데이는 8월의 첫 번째 일요일. 계획은 차근차근 준비되고,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인데…….
2. 자본주의, 그리고 가난의 포르노
설정이 특이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고요나가 재직중인 여행사 정글은 재난 전문 여행사입니다. 재난지역에 대한 관광상품을 기획하는 여행사
프로그램의 인기도를 검증하기 위해 사막의 싱크홀이 있는 지역 '무이'로 5박 6일 떠나고, 여기서 만나게 되는 관광상품을 보면서
저는 이번 6월달에 다녀온 캄보디아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마 작가가 그 곳을 배경으로 썼을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국적없이 수상가옥에 사는 하층민들을 지칭하는 '악어'가 나오는데, 캄보디아 투어 일정중에 흔하게 있는 톤레삽호수 쪽배투어와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베트남전쟁떄 흘러들어온 난민이지만, 베트남과 캄보디아 어디서도 받아들이지 않아서 결국 호수에 무국적자로 살아가는 난민들이요). 저는 패키지로 따라갔지만, 내가 과연 이걸 보면서 어떤 관광적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이 책에서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너무 가까운 건 무섭거든요. 내가 매일 덮는 이불이나 매일 쓰는 그릇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55p
"결국 이 모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재난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나는 지금 살아있다는 확신이었다. 그러니까 재난 가까이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전했다, 는 이기적인 위안 말이다." -61p
"사람들은 과거형이 된 재난 앞에서 한없이 반듯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현재형 재난 앞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것이 재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방관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조장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싱크홀은 저편 사막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175p
물론 현실에서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여행사 같은 '재난' 여행은 없지만, 과연 진짜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름만 재난여행이 아닐뿐 제가 다녀온 곳도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게 만드는, 가난의 포르노를 찍어 장사를 하는 그런 관광상품이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이 책에 대해서 검색하다보니 어떤 분이 수전 손택에 대한 글을 함께 써놓으면서 재난 흔적이 관광거리가 되어야 하는지 설명해주셨더군요. <타인의 고통>에서 연민이란 우리의 무능력함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한다고, 연민을 통해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 않다는 안도를 느낀다는 말입니다. 왠지 이 말을 보니 그 캄보디아에서 제가 느꼈던 심정적인 불편함이 어떤 모습인지 알 것 같았어요. 결국 타인의 고통 그 자체를 나의 생활수준에 대한 만족과 안도에 쓰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기 싫어서, 불편하다라는 모호한 감정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모순적인 모습?
3. 어떤게 진짜 재난일까?
주인공인 고요나에게는 두번의 재난이 찾아옵니다. 하나는 본인이 거주하는 현실 세계속에서 재난
첫번째는 팀장의 성희롱이죠. 극복할 수 있는 기회도 찾아옵니다.
성희롱 피해자들이 연대를 맺어 함께 항의하자는 제스쳐를 취해왔지만, 주인공은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대신 사직서를 내고, 사직서 대신 한달간의 휴가를 얻어 무이로 떠나게 되죠
두번째 재난은 실재로서의 재난이죠. 실제로 무이에서 벌어지는 '재난'입니다.
무이의 매니저는 무이의 관광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제처럼 꾸민 재난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시나리오를 위한 작가도 있고, 그 계획은 착착 진행되어 갑니다. 요나는 그 제의를 받고, 또 어떤 사람한테 멈춰달라고, 세상에 알려달라고 제안을 듣지만 외면해버립니다. 본인에게는 삶을 재건축할 수 있는 비윤리적인 방법이었지만 그 것 외에 또 다른 돌파구는 생각나지 않았기 떄문이죠.
공교롭게도 두 번의 외면은 이기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사랑이 싹트자 내 연인을 위한 적극적인 구조행위에 나섰고, 스포니 더 자세히 못말하지만 이 선택을 마냥 이기적이라고 할 수 없는게, 그 이기적인 모습이 우리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적어도 주인공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 재난은 사람들을 비웃듯이 결국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진짜 재난은, 실제로 주인공과 해당 지역에 일어난 자연 재해보다 '돈'이 만들어낸 경악할만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무이는 과거에 재난지역이었지만,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은 어쨌거나 '일상'이 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평범하게 가족을 꾸리고,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소설의 내용 진행상 그 지역에 들어선 거대한 자본? 정체모를 부유한 자산가? 폴의 아래 관광지로서 개발됩니다. 앞서 말한 가난의 포르노를 중점으로 진행되는데, 폴은 거주민들에게 물질적 풍요를 제공했지만 그가 제공한 물질적 풍요와 관광지 개발은 아이들이 팔찌를 팔 수 있는 기회 정도만 제공합니다.. 리조트가 들어서고, 관광객이 와도 그들의 수중엔 몇 푼 떨어지지 않아요.
가난으로서 보여지거나, 혹은 재난당해 죽거나 이를 증언하는 역할 정도...? 가난과 재난을 연기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관광객이 떨어지자, 실제로 새로운 재난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 속에서 무이의 거주민들은 자신의 역할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거대 자본가 폴이 시키는 대로 단편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전체 그림은 모르지만 단 한순간의 롤플레잉으로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자신의 수중에 주어질 푼돈을 위해 움직이게 됩니다. 리조트 매니저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구요, 주인공 요나는 그걸 알면서도 현실에 타협하며 종속되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보면 요나가 더 적극적 행위의 자본주의 병폐를 보여주는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여자 12, 남자 5, 이런 식으로 각자에게 부여되는 재난 시나리오속 역할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신혼부부 3개월차, 은퇴 후 여행다니는 부부, 첫 해외여행을 나온 가족의 엇갈리는 생사, 극적으로 구조된 아기 등, 스토리는 추후 무이를 정글의 상품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죠
"재난이 벌어진 후에 사람들이 신문을 뒤적이는건, 재난의 끔찍함을 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 만신창이 속에서 피어난 감동스토리를 찾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죠. 그건 우리가 자주 잊고 사는 거거든요." 144p
4. 마지막
재난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왔지만, 자본주의는 다시 한번 그들을 돈에 종속시켜버립니다.
스토리 중 최고는 결국 주인공인 '고요나' 씨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고요나씨의 스토리를 관광상품으로 소비하는 장면으로 소설이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무서워요~_~
소설적 완성도를 논한다면 반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자본주의의 차가운 병폐를 표현하기에는 좋았던 소재와 스토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원체 속도감 있게 읽어야 재밌는 내용일 것 같긴 하네요
이 책을 읽고 공유하고 싶은 소감을 한마디로 하자면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부디 타인의 고통속에서 찾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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