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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털어내기
180113 보건교사 안은영 본문
0.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다른 책이랑 섞어서 읽으니 더 재밌네요 ㅋㅋㅋㅋ
이번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가볍긴 했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 보니 중간중간 블랙 유머도 좀 있고
1. 줄거리(인터넷 교보문고 퍼옴 / 출판사 서평 중 일부 편집)
■ 본격 학원 명랑 미스터리 소설의 탄생
소설은 제목 그대로 사립 M고의 보건교사 ‘안은영’을 주인공으로 한다. 특별한 것 없는 직업과 평범한 이름이지만 안은영은 보통의 보건교사가 아니다. 복 중의 복, 일복 하나는 타고난 그녀는 직업으로 ‘보건교사’ 역할에 열심히면서 동시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처치하고 쫓아내며, 또는 위로하는 ‘퇴마사’의 운명에도 충실히 복무한다. 여기에 사립 M고의 한문교사이자 학교 설립자의 후손인 홍인표에게 흐르는 거대한 에너지는 안은영의 활약을 돕는 필수적인 영양제 역할을 한다. 에너지(기)를 보충하기 위해, 학교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둘은 내 거 아닌 내 것 같은 사이가 되어 힘을 합한다. 둘 앞에 나타나는 기이한 괴물들, 학생들에게 보이는 미스터리한 현상들, 학교 곳곳에 숨은 괴상한 힘들…… 사립 M고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안은영과 홍인표의 썸(some)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 발랄 용감 다정 캐릭터 안은영의 탄생
안은영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 온 ‘퇴마사’이자 ‘심령술사’이다. 필히 어둡고 서늘한 면모를 보일 것 같은 캐릭터이지만, 안은영은 퇴마사로서의 전형성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성격과,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을 먼저 갖고 있는 여성이다.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을 모두 지닌, 지금까지의 한국 소설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강력한 여성 캐릭터이다. 그녀는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악귀와 혼령을 물리치며, 통굽 슬리퍼를 신고 뛰어다닌다. 급할 때는 맨발로 스타킹이 찢어지도록 뛰기도 한다. 학생들의 갖가지 고민을 스스럼없이 들어주며, 엇나갈 것 같은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도한다. 사람을 해치는 괴물과 자신의 힘을 악용하는 자는 가차 없이 응징하지만 사연이 있는 영혼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는 방법도 안다. 안은영은 발랄하고 용감한 여전사이자 동시에 다정하고 유쾌한 언니가 되어 맹활약한다. 수동적이지 않고 주체적이며, 감상적이지 않고 감각적인, 아는 형 삼고 싶은 안은영. 그녀의 치명적 매력이 이 소설을 이끄는 주된 엑토플라즘이다.
2. 영웅의 숙명도, 주어진 과업의 무게도 개의치 않는 발랄한 퇴마사
이 책을 읽고 나서 재일 마으멩 들어떤 점은 퇴마를 주제로 했지만 흔한 영웅/숙명적인 운명을 타고난 사람의 클리셰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뭐 어릴떄 친구들이 외면하기도 했고, 어쩌다가 꼬여서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학교의 보건교사로 들어가게 되지만, 그 자체가 이 친구를 크게 좌절시키거나 괴롭게 하거나 혹은 의기양양하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그냥 주어진 일처럼 자연스럽게 하죠. 거기엔 세상을 구해서 이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영웅 인정의 심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어서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는 사실 위에 퍼온 출판사 서평이구요 각각의 사건은 에피소드별로 이루어집니다. 그중에서 흥미로웠던 소재는 '옴잡이'였어요 서평에서는 학교 아래 출입금지된 구역의 비석에 문제가 생겨서 최근에 짝사랑에 실패하거나 실연한 아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는데, 안읽었던 뒷 부분에 좀 더 재밌는 소재가 있더라구요
옴잡이란, 왜 우리가 흔히 '재수 옴붙었다' 할때 그 옴에서 유래된 얘기인데요. 실제 벌레 옴도 있지만 여기서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 재수털림을 가져다 주는 벌레 옴도 있다고 소개하더군요. 팔꿈치나 고환 등 치면 아픈 부위에 주로 있는데, 이 옴은 소소한 붙어있는 사람에게 소소한 불행을 가져다 줍니다. 예를들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속도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우연찮게 사고가 나서 누구는 인대가 나가고 누구는 자전거가 다치는 뭐 그런 일들... 보건교사 안은영이 사람과 죽은 귀신의 악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능력자이자 퇴마사라면 옴잡이는 말 그대로 '옴'을 잡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안은영네 학교에 한 여학생이 전학을 오는데, 이 학생이 자기를 스스로 '옴잡이'라고 소개합니다. 사람에 붙은 옴을 없애는 방법은 옴잡이가 옴을 잡아서 삼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네요. 옴은 옴잡이의 위산에서만 녹는거라면서
근데 이 옴잡이는 좀 특이합니다. 마흔 몇번째 다시 태어났고, 한 스무살까지 밖에 못산다고 해요. 본인이 본인 스스로 소개할때는 마치 NPC 같은 존재라면서, 그냥 눈을 떠보면 태어나 있고, 항상 비슷한 자리에 태어나고, 옴이 번창할떄 되면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그런 존재 같은 거죠. 수명이 스무살인 것도 예전에는 평균수명이 워낙 짧아서 스무살까지 사는게 이상하지 않았기 떄문에 그런건데 최근 갑자기 수명이 늘어나고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옴잡이는 스무살 그 이후의 삶이 궁금하고 아쉽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게 옴잡이는 이번 생에 처음으로 여자로 태어났는데, 본인이 스스로 말하길, 이제까지 전란의 시대가 없었던 적이 없었고, 전란이 일어났을때는 여성일 경우 강간, 살해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NPC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남성이 유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항상 남자로 태어났다고, 여자로 태어난건 처음이라며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인 것 같다고 말하고, 더 살고 싶어하는 눈치를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안은영은 그런 옴잡이에게 마흔 몇번 다시 태어나서 사람들의 옴을 잡아주었다면 이제 너도 더 살아도 괜찮다며 그 친구가 더 살 방법을 마련해 줍니다. 옴잡이가 새롭게 태어나건 뭐 없어지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러면서 (이래서 나한테 붙은 옴이 안떨어지는건가...)
재밌는 상상력과 쿨한 여주인공 같으니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 에피소드였습니당
그 외에도 중간중간 피식 웃게 하는 재밌는 부분이 많았는데 다 소개하려면 힘드니 패쓰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그래도 인상깊은 부분을 발췌해 보면
그러니까 결국 은영이 보는 것은 일종의 엑토플라즘, 죽고 산 것들이 뿜어내는 미세하고 아직 입증되지 않은 임자들의 응집체다. 미색 젤리 같은 응집체는 종류와 생성 시기에 따라 점성이 달랐다. 죽은 것들은 의외로 잘 뭉치지 않는다. 산 것들이 문제다. 2차 성징의 발현이란 짗궃고 지겨웠다.
장난감 칼과 총에 은영 본인의 기운을 입히면 젤리 덩어리와 싸울 수 있었다. 비비탄총은 하루에 스물 두발, 플라스틱칼은 15분 정도 사용 가능하다. 이집트산 앙크 십자가와 터키의 이블 아이, 바티만의 묵주와 부석사의 염주, 교토 신사의 건강 부적을 더하면 스물 여덟발, 19분까지 늘일 수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삶은 이토록 토테미즘 적이다. p.14
어린 은영은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지독하게 폭력적인 세계와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가끔은 피할 수 없이 다치는 일이란 걸 천천히 깨닫고 있었다. 중학생이 소화하기에는 힘든 깨달음이었다. p.185
말끄름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강선이 말해주었다. 은영은 문득 크레인 사고 뉴스를 얼마나 자주 보았던가 되짚어 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크고 무거운 기계가 중심을 잃고 부러지고 휘어지고 떨어뜨리도 덮치는 일이 흔하단 말인가. 새삼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이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계속 쓰는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더라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p.189
은영이 말해주었다. 마흔 몇 번 옴을 잡으며 살았으면 세상에 베풀 친절은 다 베푼거라고도 했다. 고전적인 얼굴로 어마어마한 현대를 살아가는 데에만 집중하라는 충고는 일리가 있어서 혜민은 새겨들었다. p.216
그리고 대항은 좀 덜 온건해졌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었고 몇년에 걸쳐 천천히, 대흥은 변했다. 학생들은 대흥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대흥의 기대보다 자주하곤 했다. 이를테면 '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선거에서 뽑히나요? 왜 좋은 방향으로 일어났던 변화들이 무산되나요? 왜 역사는 역류 없이 흐르지 못하나요?' 그런 질문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얼머부리거나 피했을 텐데 대흥은 최대한 덜 민감한 방식으로 설명을 해 주려고 애썼다. 물론 아무리 균형잡힌 설명을 해 주어도 가끔은 학부모들에게 항의전화가 왔다. 항의전화를 감수하더라도 해 줘야 할 설명이었다고 선배들과 독한 술과 꼬치구이를 사 먹으며 항변하기도 했다.
"있잖아. 다음 선거에는 너희들한테도 선거권이 있어"
대흥의 설명을,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계를 특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끄트머리에 그렇게 덧붙여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아이의 눈 안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대흥은 그 반짝임 덕분에 늘 희망을 얻었다. 뒤에 오는 이들은 언제나 똑똑해. 이 아이들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나을거야. 그러니까 그 바보같은 교과서를 막길 잘했어 p.232~233
4.
나중에 소설을 쓴다면 딱 이정도의 가볍고 적당히 재밌고 그러면서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ㅋㅋㅋㅋ
엄청 진지하고 문학적이어야 하고 교훈적이거나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던가 우리 생활을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거나 세상에 파급력이 큰 소설보단 이런 종류가 개인적인 취향에 더 잘 맞네요 ;)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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