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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모임] 사랑

싱싱하 2019. 4. 1. 22:20
#주제: 사랑


너라는 세계는 참 흥미롭다.
처음 만는 낯선 세상에, 나는 새로움에 끌려 아직도 미완성인 내 삶에 너라는 또다른 존재를 채워넣는다. 취미, 취향, 가치관, 생활태도 등 오롯이 내 것이었던 나의 세상는 너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처음의 나는 내 삶에 끼어든 이질적인 것들을 하나하나 골라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는 금방 이 행동이 무의미한 것임을 안다. 해변에 모래성을 견고하게 지으려는 것 만큼이나 방대하고 지치는 일임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사실 다음번에 치는 파도에 쉽게 사라질 것을 어림짐작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개의 물방울이 만나면 결국 하나의 물방울이 되듯이 너의 세계는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너와 나는 서로 다른 물방울들을 같은 그릇에 담고, 고여가는 사랑은 점점 늘어나 우리의 그릇을 가득 채운다. 갑자기 확장된 세계는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따듯하고 안온하다.

평생 마르지 않는 샘은 신비롭다.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삶은 편안하지만 오만하고 나태해지기 쉽다. 그렇게 마르지 않을 것 같던 우리의 사랑도 어느 한순간에 끝을 마주할 수 있다는건,  무언가 우리를 시샘한 결과일 지도 모른다.

일평생 쉼없이 그릇에 흘러넘치는 신비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항상 나의 그릇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비워진다. 금이 가거나 그릇이 너무 작았거나 혹은 어느 한쪽이 먼저 담겨져 있는 물의 반을 덜어낸다던가, 형태는 다양하지만 우리의 이별은 매번 찾아왔다.

하지만 하나가 된 물방울을 반으로 가른다 한들 이미 예전과 똑같은 물방울일수 있을까. 너라는 세계는 그렇게 나의 세계가 되었고, 너를 그리워하거나 그리워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나의 세상은 다채로워졌다. 너의 일부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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