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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모임] 편견

싱싱하 2019. 4. 1. 17:15

#주제: 편견

 

사람은 누구나 마음 속에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마음을 훌륭하게 가꾸는 농부는 드물어서 어떤 씨앗이 어떤 토양에 담겨져 있는지 모르는 일은 사실 부지기수다.

한 외눈박이 소녀가 있었다. 그냥 태어날 때부터 눈이 하나밖에 없던 소녀는 마음이 척박한 사람들 때문에 일찌감치 자기가 눈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드물게 온화한 사람과 선의로 충만한 사람이 있었고, 그래도 꽤 높은 빈도로 동정이 가득찬 사람들이 있었다.  외눈박이 소녀는 항상 억울했다. 눈이 한개일 뿐이지, 보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녀에서 성인이 되자마자, 그녀는 살던 곳을 떠났다. 그리고 먼 옛날 지나가는 말로 친척어른이 자기를 보면서 '서쪽바다 끝엔 꼭 이 애를 닮은 사람들만 있더라'라는 그 말을 믿고 서쪽으로 향했다.

산 넘고 물 건너 더이상 돌아올 곳과 가야할 곳을 모르는 상태가 되었을 때, 그러니까 길을 잃었다가 외눈박이 여자는 극적으로 어떤 산속의 외딴 마을에 도착했다. 여자는 너무 지쳐 얼른 쉬고 싶었고, 마을 입구에서 첫번째로 보이는 여관에 쾅쾅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누군가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문을 열어주었고, 문을 두드렸던 외눈박이 여자는 깜짝 놀랐다. 문을 열어준 주인 내외가 둘다 외눈박이었던 것이다. 다만 달랐던 것은 여자의 눈은 이마와 코 사이 일직선상에 달려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예전에 살던 두눈박이 사람들 중 오른쪽 눈 위치에만 눈이 하나 달려 있었다. 그들은 서로 낯선 얼굴에 놀랐지만 여관 주인 부부는 흔쾌히 그녀에게 방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소문은 참 빨랐다. 아침부터 여관 입구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그 소란은 다 외눈박이 여자 때문이었다. 아니다. 정정해야겠다. 다들 외눈박이라 부르는 호칭이 혼란스러우니 원래 외눈박이 여자는 정중앙 외눈박이, 마을 사람들은 오른쪽 외눈박이라고 부르자.

오른쪽 외눈박이들은 정중앙 외눈박이에게 질문을 던져댔다. 오른 팔을 쭉 펴고 어디까지 보이냐, 왜 눈이 거기 달렸냐, 보는데는 지장 없냐, 왼쪽은 부정한 방향인데 너는 부정을 타다 두었으니 마을에 두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등등. 호기심과 무례한 질문들 사이 정중앙 외눈박이 여자는 이 마을은 아니다 싶어 결국 짐을 싸고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두눈박이 세상에서 살 때는 자기가 유난인 존재인 것 같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또 다시 산 넘고 물 건너다 보니 사람들 손가락이 4개인 마을, 머리가 두개 달린 사람들의 마을, 키가 외눈박이 여자의 허리 반춤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등등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아주 제각기 가관이었다.

외눈박이 여자의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어디를 가도 본인은 소속되지 못했고 외로웠다.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남다른 외모 때문 이었다. 두번째는 척박한 마음의 토양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불운한 사회 풍조 때문이었고. 

고된 여행보다 차가운 시선에 힘들어하던 외눈박이 여자는 결국 빙빙 돌고 돌던 어느날 서쪽 바다에 도착했다. 역시 어른들 말은 틀린게 없다더니 외눈박이 여자는 먼 친척 어른의 말이 떠올랐다. 바닷가 근처에는 그녀처럼 정중앙 외눈박이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었다.

그녀는 그 마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을 사람들도 그녀에게 호의적으로 대했다. 원래부터 거기 주민이었던 것마냥 그녀는 터를 잡았고, 몇년 지나 비슷한 또래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해 가정도 꾸렸다. 아이는 3명을 낳았고 이제 5가족 된 그녀의 식구는 모두 외눈박이로 누가 보아도 단란한 가정이었다.

그리고 다시 몇년이 흘렀다. 옆집에 살던 신혼부부가 첫 아들을 낳았다길래, 그녀는 자기일처럼 기쁜 마음에 선물을 고민했다. 그런데 아이의 탄생과 함께 흉흉한 소문이 들렸다. 글쎄 그 부부가 두눈 달린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말로만 듣다가 우연히 실제로 그 아이를 보게 된 외눈박이 여자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마을에 어쩌다가 이런 아이가 태어났을까'

항상 이방인으로 살았던 외눈박이 여자의 마음에 처음으로 편견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그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났는지, 훌륭한 농부가 금세 뽑아내어버렸을지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 외눈박이 여자는 그 마을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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