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독서

170107_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싱싱하 2017. 3. 2. 17:11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지음




0.

풀꽃 등의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인데, 특이하게 시인이 스스로 선정한 시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온라인등에 자주 사람들에게 인용된 시들을 묶어서 출간했다고 합니다. 아예 인터넷시집이라고 적혀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낯익은 시나 구절이 꽤 보였는데,

개인적으로 현학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심오하진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곱씹을 수 있는 어구를 만들어내는게 이 시인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한 사랑꾼이기도 하고...)


그럴듯한 말들로 감정을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이랄까 ㅋㅋㅋㅋㅋㅋ 좋다 싫다 슬프다 외롭다 보고싶다 그립다 행복하다 즐겁다 등등

이러한 감정들에게 '이유'를 붙이거나 '변명'을 붙이거나 뭐 감정 앞에 사족이 많이 붙곤 하죠 어른의 삶이란 (절레절레)




1.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2. 이 가을에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3. 혼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4.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5. 
짧고 쉽지만 왠지 핸드폰 배경화면이나 주변에 두고 계속해서 곱씹고 싶은 시나 문구가 많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1번은 물리적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절대적인 사랑의 존재?의 상실을 겪어본 사람이, 2번은 이별 후 마음 정리가 안되신 분들이, 3번은 집단적 모임이 힘들고 주변 관계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4번은 짝사랑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좋은 시들도 많은데 오늘은 기분이 흐릿한게 1,2,3,4번이랑 유사하네요 망할 미세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