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독서

161217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싱싱하 2017. 3. 1. 17:09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0.

만화책이지만 읽으시면 아~주 우울한 현실을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작가의 2009년 출간된 단편집인데요, 대학교때 이 책을 처음 보고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이 작가는 우리 사회의 쓴 면을 거침없이 상상력으로 풀어내는데, 비현실속에 현실적인 문제가 넘쳐흘러서 가끔 불쾌하기까지합니다. 재밌다기 보다는 기분이 나빠지죠..!

여러 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인상깊었던 둘리 내용과 <사랑은 단백질>이라는 단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 공룡둘리


저는 직접적인 둘리 세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 또래중에서 <둘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만화캐릭터중에 최장수, 가장 많은 인기를 구사하는 캐릭터라 아마 많은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의 둘리를 갖고 있을텐데요. 으레 농담삼아 둘리에 등장하는 "고길동"이 불쌍하다고 여겨지면 '어른'이 된거다, 라고 농담했는데, 최규석 작가는 진짜 어른이 된 둘리를 그려버립니다. 둘리 원작 작가도 처음에 보고 충격이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합니다. 읽고 나면 아주 참담한 상상력이에요


어른이 된 둘리는 불법체류자로 일하다가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려 더이상 초능력을 쓰지 못하고, 해고당한 후 막노동판을 전전합니다. 희동이는 불량청소년이 되어서 사람을 패고 다니는 등 이곳저곳 사고를 치고 다니고, 철수는 그 뒷바라지하느라 항상 힘듭니다. 도우너는 고길동에게 사기를 쳤고, 이에 고길동은 여러 일들을 포함한 홧병으로 유명을 달리합니다. 또치는 동물원에서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마이콜은 밤무대 가수로 하루벌어 하루 살죠. 어른이 된 이들의 삶은 팍팍합니다. 


그 와중에 희동이가 사람을 때려서 합의금을 물어주거나 구치소에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게 생겼는데, 이제 그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철수는 외계 친구 도우너를 연구기관에 팔아버립니다. 둘리는 도우너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돈도 힘도 없는 약자입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마이콜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한탄하는 것밖에 없죠. 그래도 둘리는 구치소에서 출소하는 희동이를 위해 두부를 사갖고 가지만 무시당하고, 마지막은 고길동 산소에서 신세한탄으로 끝이 납니다.


<오마주>라는거는 사실 존경의 의미로 패러디한다는 뜻에 가까운데, 여기서 묘사하는 어른이 된 둘리, 도우너, 또치, 희동이는 예전에 순진무구한 친구들이 아닙니다. 만화책도 스케치와 명암?으로 구성된 흑백화면이 현실의 암울함을 더 잘살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둘리가 동물원에서 작부 생활을 하는 또치를 찾아가 도우너를 함께 구하자고 하는데 또치가 현실의 여러 이유로 거절하면서도, 마지막은 둘리를 위해 자기 나름대로 걱정하는 장면입니다. 둘리의 차림새나 이런걸 보면 딱 봐도 노동에 지친 모습이 보이죠. 삶이 더이상 명랑만화가 아니라는 또치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자기의 현실의 퍽퍽함을 되짚어 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어렸을 때 본 아기공룡 둘리는 빙하타고 내려온 아기공룡과 외계에서 온 친구, 서커스단에서 새 삶을 위해 탈출한 타조, 유명한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 그리고 평범한 가정이었는데요. 서로의 '차이'는 이들의 사랑과 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이 차이를 넘어 한 가족? 공동체를 이루었지만 어른이 된 이들은 결국 그 '차이'로 인해 사회 소수자로 전락하고 '차별'당하며 전혀 사회적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주변을 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 입맛을 쓰게 만듭니다. 


 특히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둘리의 경우 초능력을 가진 손가락을 잃자마자 (그 전에도 풍요롭진 않았지만) 바로 사장에 의해 해고당하는 장면을 봤는데 약 10년전 작품임에도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은 저런 사람들을 안전하게 감싸줄 수 있는가, 고민하게 됩니다. 내가 <정상적인 우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는 그 어떤 사회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비참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함께요..!



2. 사랑은 단백질


검색해보니 애니로도 나왔더라구요..! 내용은 동일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나중에 한번 보세요 시간이 없어서 링크를...ㅠㅠㅠ ㅋㅋㅋㅋ


만화의 구성과 등장인물은 아주 아이러니합니다

세 친구가 치킨을 시켜먹는 이야기인데 족발집을 운영하는 돼지 사장과 치킨집을 운영하는 닭사장이 등장하죠.

이후에 충격적인 얘기는 만화책이나 아래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ㅋㅋㅋㅋㅋ 매번은 아니지만 향후 치킨을 시켜드실때 한번쯤은 생각이 나실겁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면과 동정심, 육식에 대한 고찰과 아이러니한 그림이 빚어내는 비인간적인 비극같은게 잘 드러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치킨집 사장님도 잔인...)


->유튜브 클릭하면 이동합니당 ㅋㅋㅋㅋㅋhttps://www.youtube.com/watch?v=lC_06ChR_wc&t=1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