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317 프랑켄슈타인
0. 도서관 책이 연체가 되어서 ㅠ_ㅠ 대출이 안되어가지고 집에 있는 책 중 재밌어 보이는 책을 하나 골랐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읽어본줄 알았는데 안읽어봤더라구요 ;ㅁ;
그래도 이름은 다들 알고 계시죠? 우리에게 넘나 친숙한 것...!
200년전에 쓰여진 과학상상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밌더라구요. 이런게 고전인가...
1. 줄거리(교보문고 퍼옴)
생명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을 시작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사람의 시체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성공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괴기스러운 형상에 경악해 도피해버리고, 버려진 괴물은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나타난다. 흉물스러운 모습 때문에 인간들의 혐오와 분노, 폭력에 맞닥뜨리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던 괴물은 어느 허름한 집의 축사에 숨어 살며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관찰하고, 또 언어를 익혀 사유를 하고 독서 능력까지 습득한다.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열망했던 괴물은 가족에게 다가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엄청난 혐오감과 인간 사회에서의 추방뿐이었다.
자신을 이토록 흉측한 존재로 만든 창조주에 대한 복수심으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가족을 조금씩 파괴해나간다. 프랑켄슈타인을 대면한 자리에서 괴물은 자신과 똑같은 ‘이성(異性)’의 존재를 만들어달라고 창조주에게 요청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끝내 괴물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극에 달한 괴물의 분노는 엄청난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2. 우리가 가진 오해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창조해낸 물리학자의 이름이다
*관자놀이에 박힌 못, 회색~푸르스름한 피부, 이마에 흉터 등은 20세기 미국 헐리우더 영화에 의해 재생산된 이미지다.
괴물의 이름은 소설 속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괴물의 외양에 대한 묘사는 누런 살갗, 까만 머리, 희여멀건한 눈구멍과 색깔차이가 별로 없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 덩치는 훨씬 크고 뭐 그렇습니당
3. 돌봄이 필요한, 사유하는, 나와 다른 형태의 악을 바라보는 시선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창조되었지만 창조주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면서 세상에 내팽겨쳐진 괴물은 사실 돌봄이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물론 인간같진 않아서 추위도 더위도 적은 음식만 먹어도 훨씬 잘 견디지만, 그래도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잘 돌봐주었다면 그가 이렇게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을까요?
사유한다는 표현은, 결국 괴물은 지식의 목마름으로 홀로 언어를 배우고 책을 훔쳐 읽고, 자기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며 프랑켄슈타인박사에게 '나와 같은 존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소설에서 괴물의 대화를 보면 그 어떤 인간보다 이성적으로 대답하고 판단할때가 있어요. 그리고 자기와 같은 존재의 '여성형'을 만들어 달라는 괴물의 요청은 결국 괴물이 지성, 이성, 감성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원래는 인간답다라고 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제 입장에서 생각한 오만한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그 결과 괴물은 분노를 못이기고 프랑켄슈타인 일가에 불행을 선사하죠. 막내 동생의 죽음, 충성스러운 하인에게 누명, 한평생을 같이한 결혼 첫날밤 오랫동안 사촌처럼 함께 자란 연인의 직접적인 살해, 그로 인해 아버지는 앓아눕고 프랑켄슈타인은 정신병력을 의심받게 됩니다. 파국을 맞은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그를 찾아 떠나고, 결국 북극해 어디선가 숨을 거두게 됩니다.
왜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여성형을 만드는걸 두려워 했을까요. 괴물이 분명히 유럽을 떠나 아시아 저 미지의 세계에 가서 살겠다, 인간을 해치지 않겠다 했는데도 막상 생명을 불어넣기 직전에 멈추고 맙니다. 막상 진행사항을 확인하러 온 괴물을 마주하게 되니 글쎄요 나와 다른 '이생명체'가 살아 숨쉬다니, 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고독해진 괴물, 단란하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소망은 너무 쉽게 깨져버린 괴물은 솔직히 살인이 정당화되는건 아니지만 괴물이 가진 분노는 이해가 되요
아마 그 당시에는 흥미본위 위주의 소설이었겠지만, 현대적인 시각에서 고민해보면 우리 스스로는 내 자신이 프랑켄슈타인은 아닌가 경계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약자 혐오, 소수자 혐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무차별로 악행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빚어낸 괴물에 대해 '프랑켄슈타인'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4. 작가 메리 셸리의 삶
19살때 첫작품을 썼다니 19세기에 이렇게 흥미로운 내용을! 아마 당시 소설은 고급 문화는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도 장르문학은 여전히 순수문학에 비해서는 낮게 쳐주는 경향이 있죠. 19세기에 쓰여진 괴기소설이라니 흥미로워요
작가인 메리 셸리는 무정부주의자로 유명한 아버지와 최초로 여성주의 책을 펴 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와 함께 살게 됩니다. 계모는 학교를 가는 것을 마땅치 않아하고 아버지도 딱히 관여를 하지 않으나 원래부터 지식에 목말랐던 셸리는 혼자서 독학으로 각종 지식을 익히게 되는데요 (소설을 읽다보면 당시 시대에 다양한 설화, 책내용 등의 구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책에서 각주를 달아준 덕분에 어디서 인용해왔다는걸 알게 되었네요 ^.^) 이 부분이 소설 내용 속 괴물이 혼자서 언어, 지식을 익히는 과정과 겹쳐보였습니다. 반쯤은 경험이 반영되었나 봐요
17살때 아버지의 제자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게 되는데, 이 사랑을 약속한 연인은 이미 임신한 아내가 있었고, 셸리의 첫 아이는 사산아가 됩니다. 그 이후에는 남편의 전 아내와 고몬가 가족이 자살을 하고 뭐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죠. 사실 소설 속 괴물은 작가의 굴곡진 삶에서 빚어진 창조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작가의 배경도 함께 알고 나니 책을 읽고 나서 줄거리를 되짚어 볼때 좀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5.
"진정해! 저주받은 내 머리에 증오를 쏟아붓기 전에 내 말을 한번 만 들어다오. 당신이 굳이 더 불행하게 만들려 하지 않아도, 나도 이만하면 충분히 괴로움을 겪지 않았는가? 삶이 고뇌의 연속에 불과하더라도 내게는 소중한 것이니 지킬 생각이다. 기억하라 당신이 나를 당신 자신보다 더 강력하게 창조했다는 것을. (중략)"
"오 프랑켄 슈타인,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대하면서 나만 짓밟지는 말란 말이다. 나야말로 당신의 정이, 심지어 당신의 관용과 사랑을 누구보다 받아야 마땅한 존재니까. 기억하라 내가 당신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당신의 아담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되어 잘못도 없이 기쁨을 박탈당하고 당신에게서 쫓겨났다. 어디에서나 축복을 볼 수 있건만 오로지 나만 돌이킬 수 없이 소외되었다. 나는 자애롭고 선했다. 불행이 나를 악마로 만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라 그러면 다시 미덕을 지닌 존재가 될테니"
(중략)
"내 말을 믿어라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박애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않은가? 참담하게 고독하지 않은가? 내 조물주인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데 하물며 내게 아무것도 빚진 바 없는 당신의 동포는 어떻겠는가? 나를 상대하지 않고 증오할 뿐이다.p. 132~133
동포 인간들에게 가장 높이 평가받는 자산은 부와 결합한 귀하고 순수한 혈통이라는 것도 배웠다. 이들 중 하나만 갖고 있어도 존경받고 살 수 있지만 둘다 없으면 아주 희귀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선택된 소수를 위해 자기 힘을 무의미하게 소모해야 하는 방랑자나 노예로 간주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이었던가? 내 탄생과 창조주에 대해 나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러나 돈도, 친구도, 사유재산도 전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흉악하게 일그러진 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사람과 같은 본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민첩했고, 더 형편없는 식사를 먹고도 견딜 수 있었다. 지독한 열기와 추위를 견디고도 몸이 덜 상했다. 키는 사람보다 훨씬 더 컸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같은 존재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상의 한 점 얼룩같은 괴물일까? 모든 사람들이 도망치고, 모든 사람들이 내치는? p.160
괴물은 왜이렇게 달변인건가요...?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괴물의 항변을 듣고 있다 보면 더 이상 저는 저와 '다른' 사람을 저렇게 내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 같습니다.
6. 진짜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인 것 같아요
그럼 이만 총총...다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